한국의 가을 사진(들판 사진)
따사로운 햇살이 뜨겁게 내리쬐는 정오가 되면 논은 풍요로움으로 가득 찬다. 벼가 익어가면서 들판 전체가 황금 물결의 강렬한 색상을 뿜어내기 때문이다. 농약을 적게 치는 유기농이 활성화 되면서 우렁이와 메뚜기 그리고 온갖 새들이 더불어 풍년을 노래하지만 사람은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벼 소비의 부진과 수입에 따른 벼 수매가 하락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농부의 마음은 걱정과 근심으로 주름살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노랗게 익어가는 벼의 모습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다가가면 여기 저기서 메뚜기가 날아오르고 어린 시절 강아지풀에 벼메뚜기를 잡아서 꿴 다음 집에서 볶아 먹던 아련한 기억이 떠오른다.
강가에는 가을의 전령사로 불리는 억새가 불어오는 바람에 홀씨를 흩날릴 준비가 한창이고 줄기에 물공급이 끊기면서 수초는 또 다른 한 해를 준비하고 있다. 물에 비친 가을 하늘은 서서히 푸른 색이 짙어가며 하늘색인지 물색인지 구분이 가질 않는다.
가을 경치의 대명사는 역시 감나무와 홍시를 빼놓을 수 없다. 감도 종류가 많지만 잎이 다 떨어지고 감만 달린 감나무가 시선을 끈다. 요즘 시골에선 인력이 부족해 감을 딸 수 없어 해마다 나무에 단 채 한겨울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눈과 빨갛게 변한 홍시의 만남은 사진사들에게 좋은 소재로 활용되고 새들에게 한겨울 양식이 된다.
수수밭에는 수수가 한참 익어가고 있다. 수수는 수수떡이나 수수부꾸미를 만들어 먹으면 그 맛이 달콤하면서도 고소해 누구나 좋아 하지만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돌잔치를 비롯한 특별한 날이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것이 흠이다. 수수떡이나 수수부꾸미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침이 고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다.
메주콩 역시 푸르렀던 잎새를 떨구고 노란 열매만 남아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된장이 없어서는 안되는 우리나라는 메주콩 농사는 기본적인 콩 농사로 논둑이나 밭둑과 같은 빈 공간에 어김없이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올해도 전년도에 이어 큰 바람이나 태풍이 없어 풍년을 이루었다. 하지만 가을 가뭄이 심각해 올 겨울 김장 준비가 걱정이다. 특히 다가오는 겨울엔 비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일기예보가 내년 봄을 준비하는 농부에게는 또 하나의 걱정으로 다가온다.
풍년이 달갑지 않은 농부의 마음으로 들판을 바라보며.....